당근에서 폰을 팔려고 하다가, 구매자가 잠수를 타서 화가 나서 중고폰 매입 업체를 알아봤어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상식적인 몇만원 수준 떼일 거라고 생각한 매입-판매가 스프레드가 대부분의 업체에서 너무 커서 거들떠 볼 가치조차 없고, 적더라도 그보다도 그냥 하던 중고 거래 가격을 더 낮추는 게 남는 장사가 아닐까 싶습니다.
즉 이건 한마디로, 모두가 아는 “똥 찍어 먹어보기 제가 대신 한 번 해봤습니다” 식의 글 컨텐츠이입니다.
대신에 저는 정량적으로, 객관적으로, 정확하게 글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똥을 찍어먹어봤더니 구체적으로 무슨 맛이 나고 무슨 맛도 나더라 하는 게, 그게 진정한 똥찍먹 컨텐츠의 묘미 아니겠습니까? ㅎㅎ
저는 A33, A32를 모두 보유하고 있었고, 둘 다 꽤 상태가 좋은 폰이었어요. 폰을 조심히 다루는 성격이기 때문에, 적어도 업체에서 말하는 B급보다는 엄청나게 좋은 상태이죠. 보통 업체에서 파는 S급 내지는 우리는 정직하다 하면서 등급을 좀 낮게 부르는 업체의 A급 중고폰을 샀다고 하는 걸 받아보면 딱 그 정도 상태였지 싶어요.
거두절미하고, 매입가는 얼마였을까요? 테이블 표로 보아요.
매입가 | 폰가비(온라인) | 중고폰언니(오프) | 노란마켓(오프) | 소녀폰(오프) |
---|---|---|---|---|
A33 | 13→6.6 | 10 | 8.5 | 7 |
A32 | N/A | 7 | 5 | 5 |
당연히 낮을수록 안 좋은 것입니다.
13→6.6 표기 등 각 업체의 양아치짓 혹은 단점에 대한 설명은 뒤로 하고, 이번엔 각 업체의 판매가를 보아요.
판매가 | 폰가비 | 중고폰언니 | 노란마켓 | 소녀폰 |
---|---|---|---|---|
A33 | 19.9 | 14.6 | 16.5 | 23.5 |
A32 | 15.9 | 13.5 | 24.5 | 14.5 |
당연히 높을수록 안 좋은 것입니다.
그럼 이제 판매가에서 매입가를 뺀 표를 보아요.
업체 차익 | 폰가비 | 중고폰언니 | 노란마켓 | 소녀폰 |
---|---|---|---|---|
A33 | 13.3 | 4.6 | 16 | 16.5 |
A32 | N/A | 6.5 | 11.5 | 9.5 |
당연히 이건 높을수록 안 좋아요.
와우! 놀랍지 않은나요? 앉은 자리에서 살 때는 폰에 대해서 나쁘게 말하고 팔 때는 좋게 한두마디 하면(사실 팔 때는 말 할 필요도 없죠) 그 자리에서 15만원이 꽁돈으로 생겨요. 프리미엄 폰에 대해서는 더 할 것이라고 생각되네요.
증빙으로 판매가에 대한 스크린샷도 첨부해볼게요. 스크린샷을 보시면 아실 수 있듯이, 전부 B급, 즉 최하급 기준으로 판매중이에요. 애초에 상태가 좋으면 사람들이 중고 직거래하지 매입하지 않는 이유도 있을 것 같고요.
따라서 저 업체들의 실제 차익은 보다 큰 것으로 확인할 수 있을 거에요.
- 폰가비
- 중고폰언니
갤럭시 점프긴 한데 점프가 5G 때문에 보통 A32보다 한단계 높습니다. 그런데 날짜가 제가 판 날짜에 올라온 글인데… 설마 저는 퀀텀을 A32로 판 게 아닐까 싶은데…
- 노란마켓
- 소녀폰
솔직히 모든 업체 기준을 중고폰언니 대비 타 업체에 유리하게 세팅해주었는데, 그래도 저 위의 표의 차이가 추가로 나요. 매장비 인건비 등으로 어느 정도 떼는 것은 이해하지만, 이미 저 업체 하나만 봐도 충분히 저 정도 스프레드면 충분하다는 게 증명된 셈인데도 3곳은 엄청난 폭리라고 생각되네요.
유일한 차이가 있다면 웹사이트 하나 있고 없고의 차이 뿐인데요, 그런 건 하나도 대단한 일도 아니고 신뢰가 높아질 만한 일으로 볼 수 없어요.
아무튼 수학적으로 명확하게 나타난 업체 차익을 보고, 양심지수를 계산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양심지수 = 1/차익)
양심 지수 | 폰가비 | 중고폰언니 | 노란마켓 | 소녀폰 |
---|---|---|---|---|
A33 | 7.5 | 21.7 | 6.3 | 6.1 |
A32 | N/A | 15.4 | 8.7 | 10.5 |
평균 | 7.5 | 18.6 | 7.5 | 8.3 |
이건 평균적으로 높을수록 좋은 것입니다. 수학적으로는 조화평균의 역수에 100을 곱한 것이고요.
자, 드디어, 이제 각 업체에서 있었던 일을 하나하나 설명할게요.
- 폰가비
폰가비는 양심지수가 낮은 수치상의 것 이상으로 어이없는 업체라고 단언할 수 있어요.
폰가비는 당근마켓 광고업체인데, 역시나 적시나 당근마켓에 광고때리는 업체 그 특유의 믿거 법칙 이 있습니다.
당근마켓 광고하고 있음
고객센터 채팅상담이라는 건 답장 시간이나 입력 진행중 로딩바가 뜨는 시간 등 패턴으로 봤을 때 챗지피티한테 프롬프트 입력해서 매크로처럼 복붙하고 있을 확률이 높아보이고요.
또 매입 전 가격 제시와 검수 후 가격 차이를 아주 대놓고 후려칩니다. 전 외관상 이상이 전혀 없는 것을 사진으로 확인한 폰을 보냈고, 폰가비는 스크래치가 있다면서 13만원에서 6.6만원으로 낮췄어요.
그냥 모르고 보면 마치 올바른 말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저 말의 본질은 ‘어차피 고객 네가 증명 못하지’ 라고 주장하는 것이죠. 고객이 육안으로 확인하거나 심지어 사진으로 찍은 것도 나는 믿지 않겠다. 그건 증거가 아니다. 무조건 내가 맞다. 라는 겁니다.
뭐, 실제로 검수과정에 문제가 없으면 맞는 말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처럼 업체 자신들이 긁은 것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해당 채팅 내용도 입력을 하려다가 말다가(실시간으로 채팅 입력 중일 때를 볼 수 있다) 타자 입력중인 시간 내로 불가능한 타속으로 갑자기 장문이 툭 올라오는 챗지피티 복붙 답변 특유의 패턴으로 올라온 것을 보았을 때, 검수과정에서 스크래치 만들었을 때 항상 저런 대응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즉, 저들은 저 답변이 탬플릿이자 매크로라는 것이죠.
또 검수 전에 우리는 뭐 박스를 폐기하네 어쩌네 하는 안내문구도 비정상적입니다. 제품박스도 폐기하게 만들고 기스내서 후려친다음에
“제품박스도 버렸겠다 기스도 났지? 당황스럽지? 이제 중고가 직거래가도 내려갔지롱~ 어쩔 줄 모르겠지? 이제 우리한테 팔래 어쩔래?”
분위기 조성하는게 이 업체의 작전으로 보입니다. 하는짓이 잔꾀굴리는 흔히 말하는 ‘작업치는 것’. 그런 수법이지요.
어차피 기스 좀 나도 업체인 본인들은 B급으로 얼마든지 팔 수 있으니까. 사실 B급으로 싸게 파는 게 더 잘 팔리니까. 말이죠.
되돌려받을 때 IMEI 값 달라지는지(폰 바꿔치기)나 확인 잘 해야 할 수준의, 그런 업체 정도가 아닐까 싶네요. 오딘이나 기타 툴으로 IMEI 값 수정이 가능하던가? 모르겠네요.
더 웃긴 건, 위의 돌려받은 다음에 부계정으로 검수 항목에 감액된 원인을 체크 하고 다시 올려봤는데요,
심지어 검수결과인 외관손상 1개 이외에 미세손상 하나 더 체크해서 실제보다 과장되게 불량된 폰이라고 해서 보내도 제안가격이 종전 가격보다 더 높았습니다.6.6만원이 아닌 10만원으로 제안해오더라고요. 하지만!
하지만 그래도 막상 또 보내면 결국 같은 값 6.6만원 을 최종 검수 후 가격으로 제시해올 겁니다. 다른 트집이야 얼마든지 잡을 수 있고, 또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애초에 저 가격 제시 오는 것 자체가 사전에 예약된 매크로대로 자동적으로 순서대로 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고요.
즉, 아무리 보내는 사람이 꼼꼼히 검수해서 보내더라도, 이 업체에서 자신들이 부른 검수 후 최종 매입가격을 합리적으로 받아낼 수 없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요.
- 중고폰 언니
그 이후에 그나마 중고폰언니는 보통사람이 그래도 상상할 법한 정상적인 매입 업체 중 하나라고 보여요. 몇만원 정도 챙기고, 그래도 일 한 만큼 수고비 받고. 그걸로 매장비 인건비 충당하고. 어느 정도 상식적인 수준에서 말이죠. 전국에서 운영하지 않는 곳으로 알고 있어서, 적어도 이 정도로는 스프레드가 적은 업체를 찾아보세요. 사실 이 정도만 해도 찾기 그렇게 어렵지는 않을 것 같아요. 매입업체는 얼마든지 많으니까요. 대신 매입업체마다 다 비슷하겠지 라고 생각하다가는 큰 손해를 볼 수 있어요.
무엇보다도 표본이 4업체, 2기종이므로, 표본이 적고 또 지점이나 사람마다 또 직접 겪을 때 또 다르게 부를 수 있기 때문에 꼭 더블체크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물론 그 노력이면 직거래를 하는 것이 더 나을 가능성도 있지만요.
양심지수가 타 업체 대비 높은 대신 신분증 사진을 찍는데, 불안하다고 재발급하면 5천원 이상 들어가서 개인적으로는 매입가에서 그 만큼 빼도 될 것 같아요… 밑의 두 업체도 신분증을 찍으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요.
신분증 재발급은 온라인 페이코로 5130원정도. 혹은 130원 대신 방문해서 사진 출력 비용이 들어가는 방법도 있고, 행정복지센터에 최소 1회는 들러야 하기 때문에 번거로움까지 추가되죠.
그래도 산술적인 양심 지수가 가장 높다는 점에 대해서 4개의 매입업체 중에서는 가장 높은 점수를 주겠어요. 상술하였듯이, 꼭 여기가 좋은 게 아니라 유사한 방식으로 운영하는 업체는 많을 거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고 직거래는 기껏해야 이동비 교통비를 제외하면 스프레드가 0이므로 양심지수 식에 대입하면,
무한 혹은 333 정도로 아주 높아요.
그냥 직거래에 어지간하게 데인 게 아니라면 중고거래 플랫폼을 이용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하지만 중고나라는 좀 개인적으로 안 좋아하네요. 개인적으로는 운영이랑 트러블 생긴 적도 있고… 지하철 1호선 같은 느낌이랄까, 자주 써서 겪어본 사람은 알고 자주 안써본 사람은 뭐가 문제인지 몰라서, 혹은 알고도 피치 못해서 이용객이 많은 게 딱 1호선과 중고나라의 공통점이라고 생각하네요.
밑에 업체 둘은 그냥 비슷해요. 용산 가면 용팔이, 폰 업체는 폰팔이. 딱 그 수준이에요.
- 노란마켓
일단 가면 앉혀놓고 말을 길게 해요. 이건 소녀폰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떻게든 내 앞의 사람이 낮은 가격에도 납득할 수 있도록 말로 꼬득여봅니다. 그 이외에 특이사항은 딱히 없었습니다. 뭐 여전히 양심지수가 낮다는 것은 어떻게 해도 커버가 불가능하다는 것 정도.
괜히 홈페이지 보고 만원 더 줍니다 이벤트에 혹해서 가면 그 이상의 손해를 봐요.
- 소녀폰
여기는 반 큰 술 더 뜹니다. 언더커버센서로 인해서 디스플레이가 메시처럼 되어 색이 다른 부분 (예를 들자면 광학식 지문센서) 을 야외밝기 흰 화면을 띄워놓고 화면 잔상이라고 하고 납득시키려고 한다거나… 뭔지 모르는 사람은 헉 이게 뭐지! 하면서 납득할 정도입니다. 이러면 어느 정도 폰을 알아도 순진한 성격이라면 순간적으로 아는 사실도 잊고 당황할 수 있겠다 싶고요. 뭐 그렇다고 해도 결과적으로는 노란마켓이랑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여기도 괜히 홈페이지 보고 만원 더 줍니다 이벤트에 혹해서 가면 그 이상의 손해를 봐요.
저는 개인적으로 위 두 업체가 위치도 가깝고 했기 때문에, 서로 약간 담합식으로 하고 있지 않나 라고 생각을 합니다. 보통 장사할 때 그런 게 있는 걸로 알고 있어서… 보통은 소비자 입장에서 가게가 가까운 곳에 두개니까 경쟁을 할 거라고 생각을 하는데 사장끼리 연락해서 합의보고 담합을 더 많이 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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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 대해서 꼭 특정 업체가 무조건 좋고 특정 업체가 나쁘다기보다, 매입업체라는 업종의 특성상 어떤 식으로 일이 진행될 수 있는지,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하는지에 대한 관점 등에 대한 것을 보는 용도로 활용하셨으면 좋겠어요. 위에서 말했듯이 같은 업체여도 케바케, 사바사 가 여전히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심지어 만약 폰가비조차도, 트러블이 있었어도 최종 가격을 그나마 높게 불렀다 그러면 또 그렇게 부정적이지 않았을 수 있구요. 무료배송 시스템이나 겉보기상 내부 후기는 참 좋은데, 외부 후기를 보면 저랑 비슷하게 당한 사람이 많긴 하더라고요…